한국로봇산업진흥원

1. 서론: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컨트롤 타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Korea Institute for Robot Industry Advancement, 이하 KIRIA 또는 진흥원)은 대한민국 로봇산업 생태계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기관이다. 진흥원은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이나 자금 공급의 역할을 넘어, 법률에 근거하여 국가 로봇산업의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의 실증부터 시장 창출, 표준화, 인력 양성에 이르는 산업 가치사슬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총괄 관리자(Control Tower)로서 기능한다.1 본 보고서는 진흥원의 설립 근거, 역사적 변천 과정, 조직 구조, 핵심 기능별 주요 사업 및 미래 전략 방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대한민국이 글로벌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K-로봇 경제’ 실현 과정에서 진흥원이 수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진흥원의 활동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산업 현장에 효과적으로 투영하는 매개체이자,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즉 기술 실증의 장벽, 초기 시장 부재, 규제 충돌, 전문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는 국가 산업 정책의 핵심 실행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진흥원에 대한 분석은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진흥원의 법적 기반과 비전 분석을 시작으로,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는 발전 과정, 정책 실행을 뒷받침하는 조직 구조, 그리고 정책 수립, 기업 성장 지원, 기술 실증, 표준화, 인력 양성이라는 5대 핵심 기능에 대한 심층 분석을 순차적으로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전략적 과제와 미래 전망을 통해 진흥원의 지속가능한 역할과 과제를 제시하며 결론을 맺는다.

2. 설립 근거와 비전: 법률에서 미래 전략까지

2.1 법적 기반: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설립과 모든 활동의 근간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로봇법)에 있다.2 2008년 3월 제정된 이 법률은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체계적이며 일관성 있는 발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4 진흥원은 바로 이 법률 제41조에 명시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설립 조항에 따라 탄생한 법정 기관이다.6

이 법률이 진흥원에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적 역할은 5년 단위의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수립 및 실행 과정에서의 중추적 역할이다. 로봇법 제5조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마다 로봇산업정책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7 이 기본계획에는 로봇 개발 및 보급의 기본 방향, 중장기 목표, 기반시설 구축, 로봇윤리헌장 실행 등 국가 로봇 정책의 모든 핵심 사항이 포함된다.8 진흥원은 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산업 동향 분석, 실태조사, 정책 연구를 지원하고, 수립된 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집행하는 핵심 실행 주체이다.9

이러한 법적 구조는 진흥원의 활동이 단기적인 경제 상황이나 정치적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국가 전략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이다. 즉, 로봇법은 진흥원의 단순한 설립 근거를 넘어, 국가 로봇산업 정책의 전략적 청사진(Strategic Blueprint) 역할을 하며, 진흥원은 이 청사진을 현실로 구현하는 지정된 정책 도구(Policy Instrument)인 셈이다. 이는 정부 주도 산업 정책이 전문화된 공공기관을 통해 어떻게 체계적으로 실행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2.2 기관 미션 및 비전

진흥원의 미션과 비전은 로봇법이 부여한 법적 책무와 미래 산업에 대한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미션 (Mission): 로봇법 제4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지능형 로봇산업 관련 정책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10 이는 진흥원의 존재 이유가 산업 진흥 사업의 ’체계적 추진’과 정책 개발 ’지원’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 비전 (Vision): “인간, 로봇, 더 나은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로봇산업 진흥기관“이다.10 이 비전은 진흥원이 단순한 기술 발전이나 산업 성장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간과의 공존’ 및 ’더 나은 미래’라는 사회적 가치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로봇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윤리적, 사회적 측면까지 포괄하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 핵심가치 및 경영방침: 진흥원은 ‘고객 공헌’, ‘상호 배려’, ’업무 헌신’을 3대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10 또한 ‘정체성 커뮤니티’, ‘공명 소통’, ‘혁신 융합’, ’능력 창의성’을 4대 경영방침으로 제시하며, 내부 구성원의 전문성과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적 생태계 조성을 강조한다.10 특히 제5대 손웅희 원장이 강조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 경영철학은 물처럼 유연하고 막힘없이 소통하며 산업계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려는 리더십의 방향성을 보여준다.1

3. 연혁: 대한민국 로봇산업 진흥의 발자취

진흥원의 역사는 대한민국 로봇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 발전 과정은 법적 기반을 마련한 태동기,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한 성장기, 그리고 규제 혁신과 사업 고도화를 통해 질적 도약을 이룬 도약기로 구분할 수 있다.

3.1 태동기 (2008-2011): 법적 기반 마련과 기관 설립

이 시기는 대한민국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고, 이를 실행할 구심점으로서 진흥원이 설립된 결정적인 기간이다. 2008년 3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로봇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법적 토대가 처음으로 구축되었다.2 이 법에 근거하여 2009년 7월 진흥원 설립 추진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10년 2월 진흥원의 대구 입지가 확정되었다.2 마침내 2010년 6월 설립 허가를 받고 7월 공식 개원함으로써,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대한민국 로봇산업 진흥의 막중한 임무를 시작했다.2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2011년 8월, 총사업비 2,328억 원 규모의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것이다.2 이는 단순한 기관 설립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의 물리적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사건이었다.

3.2 성장기 (2012-2018): 인프라 구축과 사업 본격화

태동기에 마련된 계획을 바탕으로 로봇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 시기이다. 2012년 7월, 진흥원은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주도했다.14 2013년 청사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4년 11월 대구 본청사가 완공되었고, 2015년 12월에는 로봇산업클러스터가 공식 출범했다.2 이로써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테스트베드, 기업 지원 시설이 집적된 물리적 허브가 완성되어, 산업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확장이 이루어졌다. 2016년에는 KS인증기관 및 로봇창업보육센터로 지정받아, 진흥원의 역할이 정책 지원을 넘어 품질 인증과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실질적인 산업 지원 기능으로 확대되었다.14 이 시기는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하드웨어(Hard Infrastructure)’가 완성된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3.3 도약기 (2019-현재): 규제 혁신과 사업 고도화

물리적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후, 진흥원은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무형의 장벽, 즉 제도적·규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Soft Infrastructure)’ 강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 2019년 5월 ’로봇규제혁신지원센터’의 개소이다.14 이는 전통적인 제조용 로봇을 넘어, 일상 공간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서비스 로봇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 법규와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한 결과이다. 이 시기부터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이 본격화되었으며, 이는 진흥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9 또한, 제3차(2019년) 및 제4차(2024년)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의 수립을 지원하고 이를 실행하며 ’K-로봇 경제’라는 국가적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8 이처럼 도약기는 하드웨어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여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표 1: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요 연혁

자료: 2 기반 재구성

4. 조직 및 거버넌스: 정책 실행의 중추

4.1 조직 구조

진흥원의 조직 구조는 국가 로봇산업 정책을 효율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다. 원장과 이사회, 감사 아래 크게 4개의 핵심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업무를 수행한다.14

• 정책기획실: 진흥원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서로, 로봇산업 정책의 수립 및 개발을 담당한다.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수립 지원, 산업 실태조사 및 통계 작성, 국내외 산업 동향 분석, 예산 기획 등 중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9

• 사업추진단: 진흥원의 ’손과 발’로서, 기획된 정책을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는 실행 조직이다. 로봇보급사업팀, 글로벌확산팀, 기업육성팀, 창의인재육성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술 실증, 시장 창출, 기업 성장 지원, 인력 양성 등 진흥원의 대부분의 대외 사업을 총괄한다.14

• 인증평가센터: 로봇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전문 조직이다. 표준인증팀, 시험평가팀, 제조지원팀으로 나뉘어 KS인증, KC 적합성 평가, 성능 시험평가, 표준화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K-로봇의 경쟁력 강화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한다.9

• 경영지원실: 인사회계팀과 시설안전보안팀으로 구성되어 기관 운영에 필요한 인사, 재무, 회계, 시설 관리 등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지원 부서이다.14

이러한 조직 구조는 ’기획(정책기획실) → 실행(사업추진단) → 품질관리(인증평가센터) → 지원(경영지원실)’으로 이어지는 논리적인 업무 흐름을 형성하여, 국가 정책이 산업 현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graph LR
A[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 B{정책기획실};
A --> C{경영지원실};
A --> D{인증평가센터};
A --> E{사업추진단};

subgraph 정책기획실
B1[기획팀]
B2[예산팀]
end

subgraph 경영지원실
C1[인사회계팀]
C2[시설안전보안팀]
end

subgraph 인증평가센터
D1[표준인증팀]
D2[시험평가팀]
D3[제조지원팀]
end

subgraph 사업추진단
E1[로봇보급사업팀]
E2[글로벌확산팀]
E3[기업육성팀]
E4[창의인재육성팀]
end

B --> B1 & B2;
C --> C1 & C2;
D --> D1 & D2 & D3;
E --> E1 & E2 & E3 & E4;

그림 1: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조직도 14

4.2 리더십

현재 진흥원을 이끌고 있는 제5대 손웅희 원장은 2021년 4월 취임한 로봇공학자 출신 전문가이다.16 그는 진흥원에 부임하기 전,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로봇기술본부장, 융합기술연구소장, 부원장 등 주요 보직을 30년 이상 역임했다.16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직 시절 국내 최초의 4족 보행 로봇(KAISER)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러한 경력을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19

손웅희 원장의 기술 전문성과 오랜 연구기관 경력은 진흥원의 역할 수행에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한다. 산업 현장의 기술적 요구와 애로사항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국가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데 기여하며, 이는 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의 실효성과 기술적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의 리더십 하에 진흥원은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1

5. 핵심 기능 및 주요 사업 심층 분석

진흥원은 로봇산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기 위해 다층적이고 유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핵심 기능은 크게 정책 수립, 기업 지원, 시장 창출, 표준 인증, 인력 양성의 5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5.1 정책 수립 및 산업 분석

진흥원은 정부가 데이터에 기반한 효과적인 로봇산업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한다.

•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수립 지원: 5년 단위의 국가 로봇산업 발전 전략인 ‘지능형로봇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내외 기술 및 시장 동향을 분석하여 정부에 제공함으로써 계획의 완성도와 현실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8 현재는 제4차 기본계획(~2028년)에 따라 ‘K-로봇 경제’ 실현을 위한 세부 과제들을 지원하고 있다.8

• 로봇산업 실태조사: 매년 국내 로봇산업의 생산, 출하, 수출입, 고용 현황 등을 전수 또는 표본 조사하여 국가승인통계인 ‘로봇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한다.9 이 통계는 정부 정책의 성과를 측정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며, 기업들에게는 시장 분석 및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한 필수 정보를 제공한다.21

• 정책 및 동향 자료 발간: ‘KIRIA ISSUE REPORT’, ‘Robot Insights’ 등 정기 및 비정기 간행물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해외 주요국의 로봇 정책, AI 융합 기술 등 최신 산업·기술 동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전파한다.9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과 정책 담당자들이 정보 격차 없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 로봇 규제 개선: 진흥원 내 ’로봇규제혁신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실외이동로봇, 협동로봇, 서비스로봇 등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법·제도적 장벽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여 규제 개선 방안을 연구·건의한다.9 이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산업 성장의 전제조건인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활동이다.

5.2 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진흥원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특정 기술이나 단일 사업에 대한 단편적 지원을 넘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초기 창업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하여 강력한 산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준다.

• 초기 단계 (스타트업): 「로봇 스타트업 지원사업」

창업 3년 이내의 신생 로봇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초기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첫 번째 고객 확보’와 ’시장 레퍼런스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24 기업당 최대 1.7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여, 개발한 로봇 제품 및 서비스를 실제 수요처에서 검증하고 실증할 기회를 제공한다.26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초기 기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 성장 단계 (중소·중견기업):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인력난, 생산성 저하, 산업재해 등의 문제를 겪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로봇을 도입하여 공정을 자동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9 기업당 최대 2.5억 원 규모로 로봇 도입 비용을 지원하며, 이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국내 제조 로봇 시장의 내수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28

• 확장 단계 (글로벌 진출): 「로봇산업 글로벌화 지원」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장벽을 낮춰주는 프로그램이다. 로봇 수출에 필수적인 해외 규격 인증(CE, UL 등) 획득에 소요되는 인증비, 시험비, 컨설팅 비용을 직접 지원한다.29 또한, 두바이 GITEX, 베트남 VINAMAC EXPO 등 유력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여 국내 기업이 글로벌 바이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수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9

이처럼 성장 단계별로 맞춤화된 지원 체계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각 기업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이 강소기업으로,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표 2: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요 기업지원 프로그램

자료: 9 기반 재구성

5.3 기술 실증 및 시장 창출

진흥원의 실증사업은 개발된 로봇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시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을 넘어, 초기 시장을 인위적으로 창출하고 규제 개선의 근거를 마련하는 이중의 목적을 가진다.

이 전략의 핵심은 실증사업을 통해 잠재적 수요자들이 로봇 도입의 효용성과 안정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구매 결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민간 부문으로 시장이 확산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실증 과정에서 수집된 실제 운영 데이터는 현행법과 충돌하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 안전성을 입증하여 규제 당국을 설득할 객관적인 근거가 된다. 이처럼 진흥원은 실증사업을 ’시장 창출’과 ’규제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는 매우 정교한 정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 서비스로봇 실증사업: 물류, 의료, F&B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 현장과 공공 분야에 상용화 직전 단계의 로봇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사업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검증하고 초기 시장을 형성한다.9

• 대규모 융합 로봇 실증사업: 병원, 공항, 스마트시티 등 특정 공간에 단일 로봇이 아닌, 다종·다수의 로봇을 통합 관제 시스템 아래서 실증하는 고도화된 사업이다.32 예를 들어, 병원에서 안내, 물류, 방역, 간호 보조 로봇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되어 운영되는 모델을 실증한다. 이는 개별 로봇의 성능을 넘어 복잡한 환경에서 로봇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 통합(SI)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융합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32

•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 보도를 주행하는 실외이동로봇,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 배송 로봇 등 현행 규제상 운용이 어려운 로봇들을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활용하여 실증한다.9 이 과정에서 축적된 운행 데이터와 안전성 검증 결과는 도로교통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최근 공표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모빈 M3.5) 사례는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성과이다.9

5.4 표준화 및 인증 평가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은 산업 발전의 필수적인 기반이다. 진흥원은 국내외 표준 및 인증 활동을 통해 K-로봇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장벽을 해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국내 표준 (KS 인증): 진흥원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지정받은 지능형 로봇 분야 KS인증 기관이다.14 현재 ‘건식 가정용 청소 로봇(KS B 7303)’, ‘교구용 로봇(KS B 7302)’, ‘교육 보조 로봇(KS B 7304)’, ‘실내 안내 로봇(KS B 7316)’ 등 4개 품목에 대한 KS인증 심사 및 발급 업무를 수행한다.33 KS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이 되거나 타 법정 의무인증 절차가 일부 면제되는 등의 혜택을 받아 국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33 진흥원은 기업들의 인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품심사 수수료의 90%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확산 정책을 펴고 있다.34

• 국제 표준 및 해외 인증: 로봇 수출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각국의 상이한 기술 규제와 인증 절차이다. 진흥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의 SGS와 같은 세계적인 인증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35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해외 인증을 준비할 때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고, 인증 획득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인증비, 시험비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해외인증획득비용지원사업’을 운영한다.29 나아가 최근 글로벌 기술 규제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는 인공지능(AI)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 대해서도 국제 인증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35

5.5 미래 인재 양성

로봇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우수한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 진흥원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위 과정의 고급 인력부터 산업 현장의 실무 인력까지 아우르는 다각적인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한다.

• 고급 인력 (석·박사): ’첨단로봇산업 전문인력양성사업’은 진흥원이 주관하고, 부산대, 서울과기대, 전남대 등 전국 6개 대학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석·박사 양성 프로그램이다.36 이 사업은 대학이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특화 분야(제조 자동화, 헬스케어, 물류 로봇 등)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참여 기업과 함께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다.36 참여 학생들은 2년간의 연구비 지원, 산업체 인턴십,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받으며, 5년간 총 300명의 산업계 수요 중심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36

• 실무 인력 (재직자): ’로봇융복합 산업인력양성사업’은 고용노동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로봇 관련 기업 재직자들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38 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우선지원대상기업 소속 재직자의 경우 교육비 전액을, 대규모기업의 경우 80%를 정부가 지원하여 기업의 부담 없이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38

• 저변 확대: 매년 ’국제로봇콘테스트’와 같은 대규모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로봇 기술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미래의 로봇 공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9 이는 로봇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잠재적인 예비 인력을 발굴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6. 전략적 방향성과 미래 전망

6.1 현재의 핵심 과제

진흥원은 대한민국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현재 직면한 핵심 과제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서비스 로봇 시장 활성화: 제조용 로봇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서비스 로봇 시장의 개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실외이동로봇, 의료, 물류 등 유망 서비스 로봇 분야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15 동시에, ‘대규모 융합 로봇 실증사업’ 등을 통해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대규모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시장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32

• 제조 현장 혁신 가속화: 고질적인 인력난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로봇 도입을 통한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진흥원은 ’로봇활용 제조혁신 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표준공정모델을 개발·보급하여 제조 현장의 로봇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12

• 핵심 부품 국산화 및 기술 내재화: 국내 로봇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감속기, 서보모터 등 핵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39 진흥원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 및 기술 내재화를 위한 R&D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등 미래 로봇 기술의 핵심이 될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여 글로벌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15

6.2 미래 전망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심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인구구조 변화 등 거시적 환경 변화 속에서 진흥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시장 개척: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래 로봇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흥원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K-휴머노이드 실증사업’에 착수하는 등 차세대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 지원과 초기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23

• AI 기반 스마트화 심화: 미래의 로봇은 단순한 자동화 기계를 넘어, AI와 결합하여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인간과 소통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진흥원은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서 나아가, 로봇에 탑재되는 AI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15

• 글로벌 표준 선도: 지금까지의 국제 협력이 주로 해외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가까웠다면, 미래에는 K-로봇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글로벌 표준화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역할로 전환될 것이다.15 이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과 표준을 통해 글로벌 로봇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고차원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7. 결론: K-로봇 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기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라는 강력한 법적 기반 위에 설립되어,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견인해 온 유일무이한 국가 진흥기관이다.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진흥원은 정책 수립 지원,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 기술 실증을 통한 시장 창출, 국내외 표준 및 인증, 그리고 미래 인재 양성에 이르는 산업 생태계 전주기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지원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해왔다.

진흥원의 핵심적인 성공 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5년 단위의 국가 기본계획이라는 장기적 비전 아래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이다. 둘째, 스타트업 지원부터 제조혁신, 글로벌화 지원에 이르기까지 산업 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유연하고 다층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기술 개발과 시장 수요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실증사업’이라는 정교한 정책 도구를 활용하여, 기술 검증, 초기 시장 창출, 규제 개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전략적 접근에 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생성형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대한민국 로봇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여, 진흥원은 핵심 부품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K-로봇 기술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할 수 있도록 더욱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는 ‘K-로봇 경제’ 실현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서 앞으로도 그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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